서보모터는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뜨겁습니다
로봇이 팔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 순간이 모터에게는 가장 가혹합니다. 회전이 없으니 기계적 출력은 정확히 0와트인데, 전기는 조금도 줄지 않고 계속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들어간 전기가 전부 어디로 가는지 계산해 봤더니, 휴머노이드가 왜 데모 영상만큼 오래 일하지 못하는지가 한 줄로 정리됐습니다.
출력은 0와트인데 전력은 그대로 먹습니다
회전 기계가 내는 일은 토크에 각속도를 곱한 값입니다. 그래서 각속도가 0이면, 토크를 아무리 크게 내고 있어도 출력은 0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죠. 그렇다고 전기가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모터의 토크는 전류에 비례하기 때문에, 팔을 든 자세를 유지하려면 그 토크에 해당하는 전류를 계속 흘려야 합니다. 그리고 전류가 흐르는 곳에는 저항이 있습니다. 권선 저항 0.1옴짜리 관절에 20암페어를 흘린다고 놓고 계산해 보면, 0.1 곱하기 20의 제곱, 40와트입니다. 이 40와트는 로봇을 움직이는 데 한 푼도 쓰이지 않습니다. 전부 열입니다. 관절 하나에서요. 옵티머스처럼 액추에이터가 28개인 로봇이라면, 자세를 잡고 서 있기만 해도 몸 안에서 수백 와트가 열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계산의 권선 저항은 제조사가 잘 공개하지 않는 값이라 200와트급 브러시리스 모터의 통상 범위에서 가정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는 관계를 봐야 합니다.
토크를 두 배 내면 열은 네 배가 됩니다
그 관계가 제곱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손실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토크를 두 배로 올리려면 전류를 두 배로 올려야 하고, 그러면 열은 네 배가 됩니다. 세 배면 아홉 배죠. 모터 카탈로그에 연속 정격 토크와 순간 최대 토크가 따로 적혀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최대 토크는 열이 쌓여 권선이 타기 전까지, 길어야 몇 초 동안 쓸 수 있는 숫자입니다. 휴머노이드 사양표에 적힌 관절 토크가 대체로 이 피크 값이라는 점은 짚어 둘 만합니다. 400뉴턴미터라고 적혀 있어도 그 토크로 계속 버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데모 영상에서 무거운 상자를 번쩍 드는 장면과, 같은 로봇이 8시간 교대 근무를 못 하는 현실 사이의 거리가 이 두 숫자 사이의 거리입니다. 현장에서 로봇을 발로 차 보고 온 기자들의 기록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한 시간쯤 지나면 로봇이 쉰다'는 대목도 배터리보다는 이쪽 사정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무릎을 펴서 이 비용을 피합니다
여기서 사람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사람이 똑바로 서 있을 때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반력의 방향이 무릎 관절 바로 옆을 지나갑니다. 그래서 허벅지 근육이 거의 일하지 않습니다. 뼈와 인대가 대신 버티죠. 지하철에서 한 시간을 서서 가도 다리가 타지 않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반쯤 앉은 자세로 1분만 버텨 보면 허벅지가 바로 뜨거워집니다. 로봇의 상시 상태가 바로 이 자세입니다.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무릎을 살짝 굽힌 채로 걷고 섭니다. 다리를 완전히 펴면 관절이 특이점에 걸려 제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로봇은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자세를 하루 종일 유지합니다. 뼈로 잠글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설계자들은 다른 길을 찾습니다. 역구동이 되지 않는 기어를 써서 모터가 힘을 빼도 자세가 유지되게 하거나, 관절에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넣거나, 아예 액체 냉각을 돌립니다. 물의 열용량이 공기의 4천 배가 넘으니, 열을 계속 퍼내면 연속 정격 토크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도 공짜가 아닙니다. 역구동이 안 되는 기어를 쓰면 사람과 부딪혔을 때 관절이 물러서지 않고, 브레이크를 넣으면 무게와 부품 수가 늘고, 냉각 배관을 돌리면 펌프와 유로가 관절마다 따라붙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모터를 더 좋게 만들어서 푸는 문제가 아니라, 로봇의 골격을 사람의 뼈처럼 만들어서 푸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사람의 무릎이 공짜로 해내는 일을 기계는 아직 값을 치르고 흉내 내고 있는 셈입니다.
서보모터에서 값을 정하는 건 모터가 아닙니다
'서보'는 모터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되먹임 루프를 가리키는 말이죠. 모터와 엔코더와 드라이버가 한 세트로 묶여,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재고 목표와 비교해 전류를 다시 결정하는 구조 전체가 서보입니다. 그래서 정밀도를 정하는 것도 모터가 아닙니다. 17비트 엔코더를 예로 들어 보죠. 한 바퀴를 131,072칸으로 나누니 1회전당 0.0027도입니다. 여기에 감속비 100:1을 걸면 출력축에서는 0.000027도, 600밀리미터 팔 끝에서 0.0003밀리미터가 됩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300분의 1이죠. 즉 엔코더 눈금은 넘치도록 촘촘합니다. 실제 정밀도를 깎아 먹는 쪽은 감속기의 백래시와 비틀림, 그리고 구조물의 처짐입니다. 하나 덧붙이면, 분해능과 정확도는 다른 말입니다. 131,072칸으로 나눴다는 것은 눈금이 촘촘하다는 뜻이지 그 눈금이 정확한 자리에 그어져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맺음말
서보모터 사양표를 볼 때 가장 크게 적힌 숫자는 대개 최대 토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로봇이 하루에 몇 시간 일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숫자는 그 아래에 작게 적힌 연속 정격 토크, 그리고 그 옆의 온도 조건입니다. 로봇이 서 있는 모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계속 전기가 타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의 다음 도약이 모터보다 냉각과 기구 설계에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 Firgelli, "Humanoid Robot Actuators: The Complete Engineering Guide" — 정지 상태 유지 토크가 기계적 일 없이 줄 발열로 전환되는 구조 — 원문 링크
- AI Robots Eidos, "Heat Dissipation for Humanoid Robots" — 액체 냉각으로 연속 정격 토크를 끌어올리는 접근 — 원문 링크
-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oid Robotics, "Analyzing and Reducing Energy Usage in a Humanoid Robot During Standing Up and Sitting Down Tasks" — 자세 유지 구간의 에너지 소모 분석 —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