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을 10분의 1로 — 아틀라스가 축구하는 동안, 진짜 뉴스는 '도면'에 있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새 아틀라스 영상이 또 돌았습니다. 이번엔 공을 차더군요. 댓글은 늘 비슷합니다. "터미네이터 곧 나오겠네", "일자리 뺏기겠다". 그런데 저는 로봇이 공을 차는 장면보다, 그 로봇의 부품표(BOM)가 훨씬 궁금했습니다.

7월 2일 포브스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팀과 나눈 단독 인터뷰가 그 궁금증을 정확히 긁어줬습니다. 제목의 핵심 단어는 축구도, AI도 아니었습니다. "Order of magnitude simpler" — 한 자릿수만큼 더 단순해졌다는 것입니다.

▲ 보스턴 다이내믹스 공식 영상 — 전기식 아틀라스


포브스가 전한 것: "성능은 그대로, 그런데 훨씬 단순해졌다"

인터뷰에서 아틀라스 로봇 행동 담당 디렉터 알베르토 로드리게스(Alberto Rodriguez)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부품이 훨씬, 훨씬 적어졌고, 고유 부품 종류도 훨씬 줄었습니다."

"제조 과정이 훨씬 빠르고 단순해졌고, 그게 곧 더 높은 신뢰성과 더 낮은 원가로 이어집니다."

"동일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근본적으로 훨씬 단순한 로봇으로 구현해낸 게 기쁩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짚고 가겠습니다. 그는 "정확히 10분의 1"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표현은 "복잡도(complexity)를 거의(almost) 한 자릿수 줄였다"입니다. 부품 개수가 1/10로 뚝 떨어졌다는 게 아니라, 부품 수와 '부품 종류'를 합친 전체 복잡도를 거의 열 배 가까이 걷어냈다는 뜻입니다. 이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이 뉴스의 진짜 무게입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제조 원가를 정하는 건 부품 '개수'보다 부품 '종류'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공중에 뜬 기술 자랑이 아닙니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아틀라스를 연 최소 3만 대 규모로 양산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26년 물량 대부분은 우선 그룹 내부에서 쓰고, 그다음 외부 판매로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단순화"는 멋진 엔지니어링 무용담이 아니라, 3만 대를 굴리기 위한 생존 조건이었던 셈입니다.


왜 부품을 줄이면 싸지는가 — 국내 기사가 잘 안 다루는 지점

국내 보도는 대부분 "아틀라스가 춤춘다 / 공 찬다 / 재주넘는다"에서 멈춥니다. 정작 이 인터뷰의 알맹이인 DFM(Design for Manufacturing, 제조를 위한 설계)을 풀어준 글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래서 제 자리에서 아는 방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부품 하나를 도면에 그린다는 건, 그 부품 하나만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부품 하나가 늘면 뒤따라 다섯 가지가 같이 늘어납니다.

  1. 가공 — 그 부품을 깎거나 찍거나 절곡하는 공정
  2. 재고 — 그 부품을 사서 창고에 쌓아두는 자리와 돈
  3. 조립 — 그 부품을 다른 부품에 붙이는 손과 시간
  4. 검사 — 그 부품의 치수·공차가 맞는지 재는 항목
  5. 불량 — 위 네 가지 어디서든 틀어질 확률

그래서 현장에서 굳어진 한 문장이 있습니다. "부품 수 = 비용." 로드리게스가 굳이 "고유 부품 종류가 줄었다"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같은 부품 100개는 라인 하나로 찍어내면 되지만, 서로 다른 부품 100종은 도면 100장, 검사 기준 100세트, 공급처 관리 100건이 됩니다. 종류가 곧 관리 비용인 것입니다.


그래서 직접 그려봤습니다 — 브래킷 하나로 체감한 '부품 수 = 비용'

말로만 하면 잘 와닿지 않아서, 가장 단순한 부품 하나를 두 가지 방식으로 그려봤습니다. L자 브래킷입니다.

▲ 같은 기능, 두 가지 설계. 볼트 4개로 조립하느냐, 한 장을 절곡해 만드느냐.

왼쪽 — 조립형. 판재 두 장을 코너에서 겹쳐 볼트 4개로 조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합니다. 그런데 도면을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뜯어보면 부담이 줄줄이 붙습니다.

  • 도면 매수: 판재 A, 판재 B, 그리고 둘을 합치는 조립도까지 — 최소 세 장입니다.
  • 공차 관리: 볼트 구멍 4개 각각에 위치 공차가 붙습니다. 게다가 두 판재의 구멍이 서로 맞아야 조립이 됩니다. 각 부품은 규격 안이어도, 둘을 합치면 오차가 누적돼 볼트가 안 들어가는 일이 생깁니다. 이게 그 악명 높은 공차 스택업(tolerance stack-up)입니다.
  • 조립·검사: 볼트 체결 공정이 생기고, 체결 토크와 구멍 정렬을 확인하는 검사 항목이 또 붙습니다.

오른쪽 — 일체형. 같은 브래킷을 판 한 장을 절곡해 만듭니다. 이음선도, 볼트도 없습니다. 그러자 방금 나열한 부담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 도면은 전개도 한 장.
  • 형상이 절곡 한 번으로 확정되니 맞춰야 할 상대 구멍이 없어 → 공차 스택업 자체가 사라집니다.
  • 조립 공정이 아예 불필요. 검사도 형상 하나만 보면 됩니다.

부품을 2개에서 1개로, 볼트를 4개에서 0개로 줄였을 뿐인데, 도면·공차·조립·검사·불량 다섯 축이 동시에 내려갑니다. 이 브래킷을 그려보고 나서야, "부품이 줄면 신뢰성이 올라가고 원가가 내려간다"는 로드리게스의 말이 추상적인 홍보 문구가 아니라 도면 위에서 실제로 계산되는 숫자라는 게 손에 잡혔습니다.

※ 위 브래킷의 2→1, 4→0 수치는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며, 아틀라스의 실제 부품 수가 아닙니다. 다만 방향은 정확히 같습니다.


브래킷 하나 × 수천 = 로봇 한 대, 그리고 × 3만 = 공장

제 브래킷은 부품 하나짜리 장난감입니다. 로봇 한 대에는 이런 결합부가 수천 군데 있습니다. 관절마다 액추에이터가 들어가고, 그 액추에이터마다 하우징·브래킷·체결부·배선이 딸립니다. 결합부 하나에서 아낀 도면 한 장, 공차 한 줄, 볼트 네 개가 로봇 전체로 곱해지면, "복잡도를 거의 한 자릿수 줄였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연 3만 대로 곱해집니다. 한 대 겨우 만드는 연구 시제품이라면 부품이 많아도 어떻게든 조립합니다. 하지만 매년 3만 대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부품 종류 하나를 줄이면 공급망 하나가 사라지고, 조립 스테이션 하나가 사라지고, 불량 유형 하나가 사라집니다. 로드리게스가 말한 "볼륨 생산으로 가는 더 깨끗한 경로(cleaner path to volume)"가 정확히 이 뜻입니다. 단순한 설계는 멋이 아니라 양산의 전제 조건입니다.


닫는 생각

아틀라스가 공을 차는 30초짜리 영상은 확실히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진짜 넘어간 문턱은 운동 능력이 아니라 "이걸 3만 대씩 만들 수 있느냐"였고, 그 답이 바로 부품 수와 종류를 걷어낸 설계 단순화였습니다.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원리는 화면에 보여준 브래킷 하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볼트 네 개를 절곡 한 번으로 바꾸는 판단 — 그 작은 선택이 도면과 공정과 불량을 동시에 줄입니다. 좋은 설계는 결국 "이 부품, 정말 따로 있어야 하나?"를 끝까지 묻는 일입니다.


출처: John Koetsier, "Boston Dynamics' New Atlas Humanoid Robot Is An Order Of Magnitude Simpler," Forbes, 2026. 7. 2. 인용문은 아틀라스 로봇 행동 담당 디렉터 Alberto Rodriguez.
원문: forb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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