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100m 8.64초, 멈추는 법은 없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트랙 끝에 세워 둔 두꺼운 매트에 그대로 부딪혔고, 쓰러진 몸통에서 작은 불길이 올라왔습니다. 8월 26일 베이징, 100m를 8.64초에 끊고 우승한 톈궁 울트라(Tiangong Ultra)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대회가 증명한 것은 로봇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로봇이 아직 스스로 멈추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볼트를 0.94초 앞선 기록, 그 뒤에는 매트가 있었습니다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은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666개 팀이 2,056대의 로봇을 데리고 나와 51개 종목에서 1,301경기를 치렀습니다.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가 대형급 100m 결승이었죠.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X-휴머노이드)가 만든 톈궁 울트라는 예선 9.39초, 준결승 8.86초를 거쳐 결승에서 8.64초를 찍었습니다. 볼트가 2009년에 세운 9.58초보다 0.94초 빠릅니다.
기사 제목은 대부분 여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로이터가 전한 준결승 현장 묘사에는 한 문장이 더 붙어 있었습니다. 로봇들을 세우기 위해 결승선 너머에 두꺼운 매트를 깔아 두었고, 톈궁은 그 매트에 충돌한 뒤 쓰러졌으며 몸통에서 작은 불이 났다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 다른 준결승에서는 경주 도중 로봇 한 대가 분해됐습니다. 로이터도 로봇 기록과 인간 기록은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가속은 배웠는데 감속은 아직입니다.
기록표를 초속으로 바꿔 봤습니다. 곡선이 평평했습니다
저는 대회가 발표한 세 종목 기록을 평균 속도로 환산해 봤습니다. 100m 8.64초는 초속 11.57m, 시속 41.7km입니다. 400m 38.15초는 초속 10.49m, 1500m 2분 21.64초는 초속 10.59m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인간 세계기록을 계산하면 100m 초속 10.44m, 400m 9.30m, 1500m 7.28m가 나옵니다.
숫자보다 모양이 이상했습니다. 인간의 곡선은 거리가 늘어날수록 뚜렷하게 내려갑니다. 1500m 속도는 100m 속도의 70% 수준이죠. 로봇의 곡선은 92% 수준에서 거의 평평했고, 1500m가 400m보다 오히려 빨랐습니다. 배터리 용량과 관절 발열이 거리에 정직하게 비례하는 기계에서, 지구력 손실이 사실상 보이지 않는 표가 나온 셈입니다.
정직하게 덧붙입니다. 주최 측은 종목별 출전 기체의 사양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위 계산은 '톈궁 울트라'라는 한 이름으로 보도된 기록을 그대로 늘어놓은 것이며, 인간 기록과 계측 방식이 같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표를 성능 증명이 아니라 질문지로 읽습니다. 무엇이 바뀌어서 곡선이 평평해졌는지, 그것을 밝히는 쪽이 8.64초라는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정보입니다.
같은 이름의 로봇이 1년 4개월 전에는 시속 7.9km였습니다
비교할 기준점이 있습니다. 2025년 4월 19일 베이징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톈궁 울트라는 21.0975km를 2시간 40분 42초에 완주했습니다. 환산하면 초속 2.19m, 시속 7.9km입니다. 그 경기에서 배터리를 세 번 갈았습니다. 키 1.8m, 무게 55kg에 공개된 최고 속도는 시속 12km인 기체였죠. 그 사양대로라면 100m를 뛰는 데 30초가 걸립니다.
대회 기록으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대회의 100m 우승 기록은 21.50초, 시속 16.7km였습니다. 1년 만에 8.64초가 됐으니 약 2.5배 빨라진 셈입니다. 이런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관절 하나가 견디는 열과 배터리가 버티는 시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2.5배가 되지 않습니다. 서보모터는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전류를 태웁니다. 그러니 이 기록의 진짜 설명은 새 액추에이터인지, 새 냉각 구조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기체인지에 있습니다. 지금 공개된 것은 숫자뿐이고,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대회의 진짜 뉴스는 배점표에 있었습니다
51개 종목 가운데 21개는 육상이 아니라 시나리오 종목이었습니다. 공장, 호텔, 슈퍼마켓, 재난 대응 같은 상황을 놓고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규정 하나가 조용히 바뀌었습니다. 시나리오 종목에서 원격조작에 의존한 로봇은 배점의 절반만 받도록 한 것입니다. 400m와 1500m, 400m 계주는 완전 자율 수행이 의무가 됐습니다.
이것이 8.64초보다 오래 남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시연의 가장 큰 회색지대는 '지금 저 로봇을 누가 조종하고 있는가'였습니다. 배점을 절반으로 깎는다는 것은 그 질문에 처음으로 가격표를 붙였다는 뜻이죠. 물론 트랙 위의 사고는 여전히 남습니다. 넘어지고, 부서지고, 불이 붙는 장면이 이번에도 반복됐으니까요. 넘어지는 휴머노이드를 위한 안전 규격이 왜 지금 논의되고 있는지, 매트에 충돌해 정지하는 결승선이 그대로 보여 줍니다. 다음 대회는 2027년 8월 같은 도시에서 열립니다.
맺음말
8.64초는 가속의 기록입니다. 감속의 기록도, 지구력의 기록도, 자율성의 기록도 아닙니다. 결승선 뒤의 매트, 세 번의 배터리 교체, 원격조작 감점 규정을 나란히 놓으면 이번 대회의 좌표가 보입니다. 로봇은 빨라졌고, 아직 스스로 멈추지 못하며, 이제 막 혼자 하기를 요구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대회에서 제가 확인하려는 것은 기록 갱신이 아닙니다. 결승선 뒤의 매트가 사라졌는지입니다. 그날의 기록은 8.64초보다 느려도 좋습니다.
참고 자료
- Reuters / Al Jazeera, "Chinese robot Tiangong clocks sub-9-second 100 metres in Beijing" (2026.8.25) — 원문 링크
- Global Times, "Tiangong Ultra resets 100m mark at 8.64s as humanoid robot games close in Beijing" (2026.8.26) — 원문 링크
- CGTN, "Tiangong Ultra sets 100m record as World Humanoid Robot Games close" (2026.8.27) — 원문 링크
- CGTN, "Tiangong Ultra wins world's first-ever humanoid robot half marathon in Beijing" (2025.4.19) — 원문 링크
- Wikipedia, "World Humanoid Robot Games" — 대회 규모 및 자율 수행 규정 —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