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로보틱스 2, '하나의 두뇌'로 모든 로봇을

지난달 말, 구글 딥마인드가 '제미나이 로보틱스 2'를 공개했습니다. 시연 영상에서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아폴로 2는 "물뿌리개를 아래 선반 초록색 통에 넣어"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 물뿌리개를 집어 정확한 통에 넣었습니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건 지금까지의 로봇과는 작동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오늘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기존 로봇 생태계와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른지, 개선된 지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한 우물만 파는' 기계였습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의 세계는 철저히 '한 작업, 한 로봇'이었습니다. 용접이면 용접, 조립이면 조립. 작업마다 엔지니어가 동작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거나, 사람이 직접 팔을 잡고 경로를 가르치는 티칭 작업을 거칩니다. 한번 세팅하면 같은 동작을 정확히 반복하는 데는 강하지만, 배우지 않은 상황이 오면 그대로 멈춰 섭니다.

제조 현장에서 라인 로봇을 다뤄 본 입장에서 이 한계는 몸으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제품이 조금만 바뀌어 로봇의 집는 위치 하나를 옮기려 해도, 엔지니어를 불러 티칭을 다시 잡아야 했습니다. 로봇을 다른 라인으로 옮기면 처음부터 새로 가르치는 건 당연했고요. 로봇은 똑똑한 게 아니라, 정해진 것만 지치지 않고 반복하는 기계에 가까웠습니다.

기존 로봇 vs 제미나이 로보틱스 2 기준 기존 로봇 제미나이 로보틱스 2 개발 방식 작업마다 개별 프로그래밍 자연어 명령 한마디 새 작업 학습한 것만 수행 안 배운 작업도 즉석 대응 로봇 간 이전 몸체 바뀌면 재학습 몇 시간이면 다른 로봇에 이식 행동 전 정해진 순서 실행 자연어로 '생각' 후 행동 신체 제어 주로 팔 단위 발끝~손끝 전신 제어 협업 단독 작동 로봇끼리 분업 협업 지식 내장된 것만 웹 검색 등 도구 호출 구동 클라우드 의존 온디바이스(로컬) 가능 자료: Google DeepMind 공식 발표(2026.7) 재구성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바꾼 네 가지

첫째, 안 배운 작업도 즉석에서 해냅니다. 기존 로봇이 학습한 동작만 반복했다면,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훈련받지 않은 작업도 상황을 보고 즉석에서 대응합니다. 전구를 돌려 끼우거나 매듭을 묶고 봉지를 여미는, 손끝의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까지 처리합니다.

둘째, 행동하기 전에 '생각'합니다. 이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로봇은 움직이기 전에 자연어로 스스로 생각의 과정을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빨래를 색깔별로 분류해"라는 지시를 받으면, 먼저 "색깔 분류란 흰옷을 흰색 통에 넣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빨간 스웨터를 집는다" 같은 단계로 계획을 세운 뒤, "집기 쉽게 스웨터를 끌어당긴다"는 세부 동작까지 스스로 정리합니다. 정해진 순서를 그냥 실행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지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셋째, 한 번 배우면 다른 로봇의 몸으로 옮겨집니다. 이른바 크로스-임바디먼트(cross-embodiment)입니다. 딥마인드는 한 로봇에서만 학습한 작업이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아폴로, 양팔 로봇 프랑카 등 전혀 다른 몸체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양팔 로봇이라면 몇 시간이면 이 지능을 이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로봇마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넷째, 역할이 나뉜 세 개의 두뇌로 구성됩니다. 실제 동작을 만드는 운동제어 모델(제미나이 로보틱스 2), 물리 공간을 추론해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우고 로봇 간 협업을 조율하며 구글 검색 같은 도구까지 불러 쓰는 상위 계획 모델(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 그리고 클라우드 없이 로봇 하드웨어에서 바로 돌아가는 경량 모델(온디바이스 2)입니다. '손발'과 '머리'와 '현장용 축소판'이 나뉘어 있는 셈입니다.

왜 이게 '생태계'를 흔드는가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경쟁은 주로 하드웨어 싸움이었습니다. 더 가벼운 몸통, 더 정밀한 관절, 더 오래가는 배터리. 그런데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릅니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 위에 올라갈 '두뇌'가 범용이 아니면 로봇은 결국 한 작업짜리 기계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AI가 여러 작업과 여러 몸체를 아우르는 순간, 경쟁의 무게중심은 팔다리에서 머리로 옮겨 갑니다.

이 변화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결과입니다. 2025년 9월 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행동 전에 생각한다'는 개념을 처음 선보였고, 2026년 4월 ER 1.6은 아날로그 계기판을 읽어내는 능력을 이전 세대의 23%에서 9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 흐름의 현재 정점이 이번 2세대입니다. 앱트로닉, 보스턴 다이내믹스, 애자일 로봇 같은 주요 휴머노이드 제조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100곳이 넘는 검증 테스터가 실제 환경에서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이 블로그는 그동안 로봇의 '몸'을 주로 다뤘습니다. PEEK 소재로 무게를 덜어낸 이야기처럼 더 가벼운 뼈대를 만드는 소재 싸움 말입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그 반대편, 로봇의 '머리' 이야기입니다. 몸이 가벼워지고 두뇌가 범용화되는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오래 기다려 온 '진짜 쓸모 있는 로봇'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그럼 이제 로봇이 뭐든 다 할 수 있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범용성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100여 곳의 테스터가 평가하는 단계입니다. 손끝 정밀도, 예외 상황에서의 안전성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모든 걸 다 하는 로봇'이 아니라 '훨씬 많은 걸 스스로 해내기 시작한 로봇'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Q2. 기존 공장 로봇이 다 이걸로 바뀌나요?
단기간에 그러지는 않습니다. 같은 동작을 초고속으로 반복하는 고정 작업은 지금의 산업용 로봇이 여전히 더 빠르고 저렴합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의 강점은 물류, 가정, 변화가 잦은 비정형 환경입니다. 당분간은 두 방식이 용도별로 공존할 가능성이 큽니다.

Q3. 지금 사서 써볼 수 있나요?
아직은 어렵습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이미 탑재되어 바로 쓸 수 있는 로봇은 판매되지 않습니다. 시연에 등장한 앱트로닉 아폴로 2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 같은 로봇은 기업 파일럿 계약이나 연구용으로만 접근할 수 있고, 소비자용 가격이나 가정용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쪽도 상위 추론 모델인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만 구글 AI 스튜디오와 제미나이 API에서 프리뷰로 열려 있을 뿐, 실제로 로봇의 몸을 움직이는 로보틱스 2 모델은 선별된 파트너에게만 제공됩니다. 정리하면 지금은 개발자가 API로 실험해 보는 단계이지, 사서 집에서 써 보는 단계는 아닙니다.

Q4. '온디바이스'가 왜 중요한가요?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 로봇 자체에서 AI가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통신 지연이 줄고, 인터넷이 끊겨도 작동하며, 집 안 영상 같은 데이터를 밖으로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정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 별도 모델로 준비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맺음말

로봇을 볼 때 우리는 보통 팔이 몇 개인지, 몇 킬로그램을 드는지를 먼저 봅니다. 하지만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보여준 건, 이제 진짜 승부는 '그 안에 어떤 두뇌가 들어갔는가'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드웨어가 서로 비슷해질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로봇을 움직이는 지능입니다. 다음에 휴머노이드 시연 영상을 보시거든, 로봇의 겉모습만큼이나 '저 로봇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움직이는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로봇 생태계의 판이 그 지점에서 다시 짜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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