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원격조작, 그 영상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4년 10월 10일 테슬라의 '위, 로봇' 행사장에서 옵티머스가 관객에게 술을 따르고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한 참석자가 물었습니다. 너는 진짜 인공지능이냐고. 로봇이 답했습니다. "오늘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 자율은 아닙니다." 그날 그 사실을 밝힌 것은 무대 위의 자막도, 발표자도 아니었습니다. 로봇 자신이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실토한 문장
포춘은 2024년 10월 13일 크리스티안 헤츠너 기자의 기사에서 그 장면을 전했습니다. 행사장의 옵티머스들은 특수한 슈트를 입은 사람이 동작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원격 조작되고 있었고, 목소리 역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블룸버그가 관계자를 인용해 먼저 보도한 내용입니다. 기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머스크는 그날 로봇이 학습된 인공지능 외의 다른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다만 오해는 없어야 합니다. 원격 조작 자체는 부정행위가 아닙니다. 지금의 로봇 산업에서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은 표준에 가까운 절차이고, 그렇게 모은 동작이 다음 세대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가 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그 사실이 어디에 적혀 있느냐입니다. 덧붙이자면 그날의 그 대화를 담은 공식 영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참석자들이 휴대전화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화면뿐입니다.
세 회사의 공식 페이지를 직접 열어 고지 문구를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기사 요약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쓴 문장을 보려고 1X의 NEO 제품 페이지, 피규어 최고경영자의 게시글, 테슬라 행사 관련 자료를 차례로 열어 '원격'과 '자율'이라는 단어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대조했습니다. 결과는 세 갈래로 갈렸습니다. 1X는 제품 설명에 분명히 적었습니다. "NEO가 모르는 복잡한 작업에 대해서는 1X의 전문가가 정해진 시간에 원격으로 그 동작을 감독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모바일 앱과 VR 기기로 전 세계 어디서든 당신의 NEO를 조종하십시오"라는 문장까지 있었습니다. 피규어는 2024년 3월 브렛 애드콕 최고경영자가 시연 영상을 올리며 게시글에 못 박았습니다. "텔레옵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은 1.0배속으로, 끊지 않고 연속 촬영했습니다." 테슬라의 그날 무대에는 그런 문장이 없었습니다. 대조하면서 오히려 눈에 걸린 것은 공통점이었습니다. 세 회사 모두 영상 화면 안에는 아무 자막도 넣지 않았습니다. 고지는 늘 영상 밖에 있었고, 영상만 본 사람은 그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영상: Figure 공식 유튜브 — 애드콕 최고경영자가 "텔레옵 없음 · 1.0배속 · 연속 촬영"이라고 밝힌 그 시연 영상입니다. 화면 안에는 그 문장이 없습니다.
2만 달러를 내면, VR을 쓴 사람이 우리 집 거실을 봅니다
1X가 원격 조작을 당당히 적어 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곧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엔가젯이 2025년 10월 2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NEO의 가격은 2만 달러, 구독은 월 499달러이고 예약금은 200달러입니다. 베른트 뵈르니크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조안나 스턴과의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많은 작업을 원격 조작자가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가 남긴 문장은 이 산업의 논리를 압축합니다. "여러분의 데이터가 없으면 저희는 제품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구매자는 로봇을 사는 동시에 로봇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셈이죠. 회사는 프라이버시 장치도 함께 내놨습니다. 원격 조작자에게 사람의 모습은 흐리게 처리되고, 집주인은 로봇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조작자는 사전에 승인된 시간에만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남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낯선 사람이 VR 기기를 쓰고 내 거실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 이 거래를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적어도 그 조건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합니다. 1X는 적어 두었습니다.
영상: 1X 공식 유튜브 — NEO 출시 영상입니다. 원격 조작 여부는 화면이 아니라 제품 페이지의 문장에 적혀 있습니다.
영상: 월스트리트저널 공식 유튜브 — 조안나 스턴 기자가 뵈르니크 최고경영자에게 원격 조작과 프라이버시를 직접 묻는 인터뷰입니다.
영상이 아니라 자막을 보십시오
지난 글에서 10만 개라는 실적 발표에 분모가 빠져 있다고 짚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구조가 같습니다. 빠진 것은 숫자가 아니라 조건입니다. 앞의 인포그래픽에 정리한 네 가지가 그래서 쓸모가 있습니다. 배속 표기가 있는지, 컷 없이 이어졌는지, 화면 가장자리에 사람이나 케이블이 있는지, 그리고 '자율'이라는 단어가 영상 안에 있는지 보도자료에만 있는지. 이 네 가지를 모두 통과하는 영상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실제로 시연장의 로봇을 발로 차 보면 드러나는 것들을 다뤘던 취재에서도 무대 뒤에는 노출된 배선과 사람의 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배속과 편집 여부까지 스스로 밝히는 관행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고, 밝히지 않은 회사는 그날 저녁 소셜미디어에서 곧바로 검증당합니다. 검증하는 눈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산업이 성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맺음말
원격 조작은 부끄러운 기술이 아닙니다. 사람이 먼저 해 보이고 로봇이 따라 배우는 과정은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학습 경로이며, 1X는 그것을 아예 서비스 이름으로 내걸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표기입니다. 같은 원격 조작을 두고 어떤 회사는 제품 설명에 적었고, 어떤 회사는 게시글에 적었으며, 어떤 회사에서는 로봇이 대신 실토했습니다. 다음에 매끄러운 시연 영상을 보게 되면 로봇의 손이 아니라 화면 구석의 자막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한 줄이 있는지 없는지가, 지금 단계에서는 로봇의 성능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참고 자료
- Fortune, Christiaan Hetzner, "Elon Musk's Optimus robots were tele-operated by humans" (2024.10.13) — 원문 링크
- 1X Technologies, NEO 공식 제품 페이지 (2026.8 확인) — 원문 링크
- Engadget, Mariella Moon, "1X Neo is a $20,000 home robot that will learn chores via teleoperation" (2025.10.29) — 원문 링크
- Brett Adcock(Figure AI) 게시글, "There is no teleop… filmed at 1.0x speed" (2024.3.13) — 원문 링크
- Figure 공식 유튜브, "Figure Status Update - OpenAI Speech-to-Speech Reasoning" (2024.3.13) — 영상 링크
- 1X 공식 유튜브, "NEO The Home Robot | Order Today" (2025.10.28) — 영상 링크
- The Wall Street Journal 유튜브, Joanna Stern, "1X CEO Defends Why the Neo Humanoid Robot Belongs in Your Home" — 영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