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의 모터는 왜 팔뚝으로 갔을까
손바닥을 눌러 보면 살과 얇은 근육뿐입니다. 그런데 주먹을 힘껏 쥐면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는 곳은 손이 아니라 팔뚝이죠. 지난 7월 노르웨이의 1X 테크놀로지스가 공개한 가정용 로봇 NEO의 최종형 손도 정확히 같은 구조였습니다. 관절은 25개인데, 그 관절을 돌리는 모터는 손 안에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팔뚝에 들어가 있고 손목을 지나는 힘줄이 손가락을 당깁니다. 로봇 손 설계의 질문이 '손에 무엇을 더 넣을까'에서 '손에서 무엇을 빼낼까'로 뒤집힌 것입니다.
관절이 25개인데 손 안에 모터가 없다는 말
1X가 밝힌 NEO 손의 자유도는 25입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 완전 구동 관절 22개, 손목에 3개. 25개 관절 전부가 힘 제어 방식이고 역구동이 가능합니다. 겉면에는 촉각 피부가 덮여 누르는 힘과 접촉 위치, 옆으로 미끄러지는 전단력까지 읽습니다. 방수 등급은 IP68이고 소재는 식품 접촉이 가능한 폴리머입니다. 로봇이 설거지를 하고 자기 손을 물로 씻어도 된다는 뜻이죠. 창업자이자 대표인 베른트 뵈르니치는 "우리 목표는 서류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손이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1X는 모터부터 최종 조립까지 전부 자체 생산하는 전용 라인을 세우고, 2026년 한 해 손 1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1만 개는 확보한 생산 능력에 대한 목표치이지 이미 나온 실적이 아니라는 점은 짚어 두겠습니다. 스펙표에서 정작 눈길이 오래 머문 항목은 자유도 25가 아니었습니다. 모터의 위치. 그것 하나였습니다.
▲ NEO 손의 실제 움직임을 담은 시연 영상 <NEO's Hands>. 출처: 1X 테크놀로지스 공식 유튜브 채널(@1X-tech)
사람의 손가락 근육은 왜 손에 없을까
해부학 교과서를 펼치면 답이 먼저 나와 있습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의 대부분은 팔뚝의 얕은손가락굽힘근과 깊은손가락굽힘근이 만듭니다. 그 근육들이 만든 힘은 아홉 가닥의 힘줄을 타고 손목의 좁은 통로인 손목굴을 지나 손가락뼈에 붙습니다. 손 안에 남은 근육은 벌레근과 뼈사이근처럼 작은 것들뿐이고, 이들은 큰 힘이 아니라 미세한 방향 조정을 맡습니다. 큰 모터는 팔뚝에, 손에는 줄과 도르래만. 진화가 먼저 내놓은 설계도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숫자로 확인하고 싶어서, 3D로 손가락 뼈대를 만들어 관절 25개를 리깅하고 힘줄로 당기는 움직임을 흉내 내 봤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젖혀지는 관절을 기준으로 회전 관성을 계산해 봤습니다. 손가락 하나를 길이 90밀리미터, 질량 25그램의 막대로 놓으면 관성은 675g·cm²가 나옵니다. 여기에 12그램짜리 소형 모터 두 개를 손가락 안쪽 20밀리미터와 55밀리미터 지점에 넣으면 1,086g·cm². 반대로 모터를 팔뚝으로 빼고 힘줄만 남기면 750g·cm²에 그쳤습니다. 약 1.5배 차이더군요. 관성이 커지면 같은 속도로 손가락을 멈추는 데 더 큰 힘이 들고, 물체에 닿는 순간의 충격도 그만큼 커집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무게 예산이었습니다. 관절 22개에 모터를 하나씩 넣으면 모터 질량만 264그램. 성인 손 하나의 무게가 체중의 0.6% 남짓, 70킬로그램 기준 약 420그램입니다. 손이 되기도 전에 예산의 6할이 사라지는 셈이죠. 물론 이 수치들은 제가 일반적인 치수와 질량을 가정해 계산한 모식값이며, 실제 NEO 손의 도면값이 아닙니다.
기어비를 낮췄더니 손이 센서가 되었습니다
모터를 옮기면서 1X가 함께 바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어비죠. 산업용 로봇 관절은 보통 100대 1에서 200대 1까지 감속해 작은 모터로 큰 힘을 뽑아냅니다. 대신 대가가 따릅니다. 감속비가 높을수록 바깥에서 관절을 거꾸로 돌리기가 어려워지고, 손은 자기가 무엇을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달걀을 깨뜨린 다음에야 알게 되는 손인 것이죠. NEO의 손은 감속비를 5대 1에서 15대 1 사이로 낮췄습니다. 힘줄이 사실상 직결에 가깝게 연결되니, 손가락에 걸리는 외력이 모터 쪽으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별도의 힘 센서 없이 관절 자체가 힘을 읽는 구조. 공개된 성능은 손끝 굽힘력 45뉴턴, 엄지 밑동 관절 3.5뉴턴미터, 손목 17.75뉴턴미터, 위치 정확도 0.2밀리미터입니다. 물론 힘줄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줄은 늘어나고, 여러 가닥이 손목에서 서로 스치며 마찰과 간섭을 만듭니다. 관절 하나를 당겼는데 옆 관절이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대표적이죠. 힘줄 구동의 승부처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 안쪽입니다.
테슬라도 같은 답에 도착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결론에 도달한 회사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의 이전 세대 손은 자유도가 11이었고, 구동 장치가 손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3세대에서는 22로 늘었습니다. 자유도를 두 배로 키운 방법이 바로 액추에이터를 전부 팔뚝으로 옮기고 케이블로 당기는 것이었죠. 공개된 특허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손가락 하나에 케이블 세 가닥이 배정되고, 손목에서는 케이블을 옆으로 나란히 늘어놓는 대신 위아래로 쌓아 마찰과 간섭을 줄이는 구조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손 자체보다 손목 통과 방식에 설계의 무게가 실린 셈입니다. 서로 다른 회사가 각자의 경로로 같은 답을 냈다면, 그것은 유행이 아니라 제약 조건이 강제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앞서 액추에이터가 휴머노이드의 최대 원가 항목이라는 점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손은 그 원가 압박이 가장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는 부위입니다. 부품 종류를 줄여 양산성을 확보한 아틀라스의 사례와도 방향이 겹칩니다.
맺음말
NEO의 손을 한 줄로 줄이면 '자유도 25짜리 로봇 손이 나왔다'가 됩니다. 그러나 진짜 설계 결정은 자유도 숫자가 아니라 모터를 어디에 둘 것인가였습니다. 손 안에 모터를 넣으면 손가락이 무거워지고 관성이 커지며, 무게 예산은 시작도 전에 바닥납니다. 그래서 힘을 만드는 부분은 팔뚝으로 밀어내고 손에는 줄과 감각만 남겼습니다. 사람의 팔이 이미 쓰고 있던 방식 그대로. 다만 1X는 사람 손을 넘어섰다고 말하면서도 손의 무게와 힘줄이 몇 번 굽혀도 버티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 매일 쓰이는 손이라면 결국 그 두 숫자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다음에 로봇 손 영상을 보게 되면 손가락 말고 팔뚝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 굵기가 손의 성능을 설명해 줍니다.
참고 자료
- 1X Technologies, "NEO's Hands: An API to the Physical World" 제품 자료 — 원문 링크
- 1X Technologies, "NEO's Hands" 시연 영상, 공식 유튜브 채널 — 원문 링크
- Dezeen, "1X Technologies designs humanoid hand for human capability" (2026.7.13) — 원문 링크
- Robotics & Automation News, "1X unveils 25-degrees-of-freedom humanoid robot hands for NEO" (2026.7.17) — 원문 링크
- Forbes, "Human-Level Hands? 1X Just Gave Humanoid Robot Neo Something Close" (2026.7.9) — 원문 링크
- Teslarati, "Tesla Optimus V3 hand and arm details revealed in new patents" — 원문 링크